영화 ‘더 킹’은 2017년 개봉한 작품으로, 한재림 감독이 감독과 각본을 맡고 조인성과 정우성이 주연을 맡았다. 영화는 박태수(조인성)의 어린 시절인 전두환 정권 시절부터 시작되어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권을 주 배경으로 삼는다. 주인공 박태수는 동네 건달의 아들로 태어나 고등학교 시절에는 학교의 싸움 짱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다른 사람들이 벌벌 기는 아버지가 한 검사 앞에서 싹싹 비는 것을 보고 물리적인 힘보다 더 강력한 힘의 존재를 깨닫는다. 이후 공부를 해 결국 검사가 된 태수는 그런 힘을 가진 상위 1%의 검사가 되기 위해 사실은 더러운 대세 검사인 한강식(정우성)의 밑으로 들어가 함께 김대중 라인에 서며 세력을 키우고 그 세력을 바탕으로 친구이자 깡패인 친구와 자신의 아내를 6시 뉴스 앵커로 밀어주는 등 힘을 남용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검찰 개혁 공약을 앞세운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자 한강식은 꼬리 자르기에 들어갔고 태수는 죽을 위기에 처한다. 친구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 그는 재산을 압류당하고 검사직을 사퇴한 뒤, 검사장 자리에 오른 한강식을 잡기 위해 정치인으로 변모한다. 이미지를 회복하고 폭로전을 통해 태수는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하고 한강식은 결국 구속된다.
이 영화는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개봉했지만 실제 제작 시기는 2016년 2월~7월이다. 당시 대한민국 검찰계와 정치계는 비리와 청탁 문제가 지속적으로 쏟아지고 있었고, 특히 2010년대 초에는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가 건설업자로부터 청탁을 받고 그랜저와 현금을 받은 그랜저 검사 사건, 연인 관계로 청탁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선물일 뿐이었다고 한 벤츠 검사 사건을 통해 일명 김영란법이라고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발의되었다. 이 법은 영화의 제작 시기에 제정안이 발표되고 합헌 결정을 받았다. 2014년에는 제주도에서 한 남성이 길거리에서 음란행위를 하다가 붙잡혔는데 알고 보니 제주지검장이었다. 심지어 그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음란행위를 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었다. 결국 이 작품이 제작되던 시기에는 기존 정치계의 변화를 원했던 국민들의 지지에 힘입어 중도를 표방한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창당되었고 코스닥 시장이 폭락하여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등 보수 정부에 대한 불신이 깊어져가고 있었다. 이런 현상은 영화 제작 시기에 있었던 제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는데, 진보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23석으로 새누리당의 122석을 앞서면서 여소야대 상황이 되었고, 새롭게 정치계에서 세력화된 국민의당이 38석이나 가져가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지속된 검찰과 정치계의 문제로 인해 “어차피 그놈이 그놈”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13대 대선에는 89%에 달했던 투표율은 계속 줄어들어 17대 대선에는 63%를 기록할 정도로 국민들은 지쳐가고 있었다. 즉, 여러 정˙검˙경 유착 사건이 지속적으로 터져나오던 시기였고, 경제가 악화되면서 그런 자신의 힘을 남용한 사건들에 대한 국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심화되어 정부와 여당, 크게는 기존 기득권들에 대한 분노가 쌓이고 터져나오기 시작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2016년 10월에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초유의 대통령 탄핵 상황으로 이어졌다. 이때 영화의 제작은 마친 상태였지만 개봉을 연기하며 편집을 일부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영화의 배경은 비록 제작 당시의 박근혜 정부가 아니지만 당시의 시대 상황을 담아냈다고 생각하는 큰 장면이 있다. 바로 극 중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 소추 당했을 당시의 장면이 삽입되어있는데 당시에는 국회의원이었던 제작 시기의 대통령 박근혜가 웃고 있는 장면도 함께 삽입한 것이다. 대통령을 탄핵시키기 위해 앞장섰던 사람이 현재에 와서는 본인이 탄핵의 대상이 된 상황의 아이러니함을 비꼬아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극중에서 등장인물들이 자신에게 득이 되는 후보의 당선과 독이 되는 후보의 낙선을 위해 굿을 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는 실제로 무당이 정치에 많이 관여되어있던 옛날부터 시작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비선실세임이 밝혀진 최순실이 굿에 의존했던 사실을 꼬집는 장면이라고 볼 수 있다. 주요 등장인물들에서만 이런 제작 당시의 상황이 재현된 것은 아니다. 결말 부분에서는 박태수와 함께 한강식의 밑에서 일하며 승승장구한 선배가 야외에서 음란행위를 하다가 잡히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위에서 언급한 2014년에 발생한 제주지검장의 공연음란행위 사건을 담아내는 것이다. 장면 뿐 아니라 대사를 통해서도 시대상을 비판적으로 담아내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영화 초반부에서 아직은 권력 앞에 자신이 약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은 박태수에게 한강식은 “내가 역사고 이 나라야. 자존심 버리고 그냥 권력 옆에 있어. 배워야지 역사를!”이라는 말을 한다. 이 대사는 위에서 언급한 검찰들의 여러 비리 사건들이 이전부터 존재했음을 암시한다. 특히 뒤에 나오는 “배워야지 역사를”이라는 대사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유명한 문장을 내용은 같지만 본래 의도와는 다르게 뒤집은 대사로, 이를 통해 기존 권력자들의 아이러니함을 부각시키는 장치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박태수가 이미지 변신을 하고 정치계에 입문해 한강식과의 폭로전을 진행하고 후보가 되는 장면에 대해 “박태수도 똑같은 놈인데 잘 되니까 화가 난다.”는 평도 존재했다. 하지만 이는 보수 정당에 대한 불신과 그로 인한 반작용으로 높아진 진보 정당의 지지율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박태수가 극중에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결국은 한강식을 끌어내리기 위해, 즉, 복수를 위해 폭로전을 진행한 것이다. 이 장면을 통해 보수 정당과 기득권의 연이은 삽질로 인해 진보 정당을 지지하는 현상이 나타나긴 했지만 진보 정당도 정말 깨끗한 정당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여야를 막론한 기존 정치세력들에 대해 국민들이 느끼는 염증을 그대로 보여주는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마냥 보여주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 결말 부분에서 박태수는 “내가 당선되었는지 낙선되었는지는 당신이 결정할 일”이라면서 스크린 밖의 관객들에게 말을 건낸다.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는 투표율에 대해서도 꼬집으며 투표의 중요성을 관객들에게 상기시키기 위한 장치다.
종합하여 이 영화가 제작될 시기의 대한민국은 연이은 검사와 정치권, 가진 자들의 유착과 그로 인한 사건 사고가 터져나온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코스닥 시장이 폭락하며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가깝게 나타났고 빈부의 격차가 심해지면서 가진 자들의 부당한 권력 행사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극심해진 시기다. 이를 반영하듯 선거에서는 여소야대 정국이 만들어졌고 이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여당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은 더욱 커졌다. 이를 영화에서는 실제 있었던 사건들을 그대로 패러디하거나, 권력을 가진 검사들이 자신의 마음대로 사람을 주무르는 장면들을 통해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여기에 과연 이런 현상으로 인해 지지율을 얻게 된 정당들도 깨끗한가에 대한 의문점을 제시하는 한편, 그렇다고 그동안 투표를 포기해왔던 국민들에게 투표를 통해 여러분이 누구에게 권력을 주어야 할지 선택하라고 말하며 민주주의의 의의와 그 꽃인 투표에 대해서도 강조를 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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