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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과제로 제출된 글입니다

 

 하늘, 너무 심각하게 청명하고 깨끗한 하늘이다. 뜨겁게 내리쬐는 햇빛은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했다. 썬크림을 바르고 나올 걸 그랬나, 고민할 새도 없이 아주 짧은 건물 그림자로 숨어들어 첩보영화를 찍듯 조용히 걸었다. 땀이 줄줄 흐르고 숨이 가빠올 찰나, 먼저 도착해 있던 친구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왜 안 들어가고 있어?”

 문 닫았어.”

 친구들 옆으로 불이 꺼진 식당이 보였다. 자주 들렸던 곳이었는데, 코로나로 인한 임시휴업 이란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친구는 오랜만에 춘천에 왔는데 추억의 식당이 문을 닫았다니 꽤나 실망한 표정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이 무더위를 뚫고 다른 식당으로 향했다.

 해 좀 꺼봐

 태양을 끌 수 있으면 끄고 싶은 심정이었다. 살이 익어가는 듯했다. 이렇게 뜨겁게 비추는 태양과 하필 오늘 없는 구름이 원망스러웠다.

 다른 식당에 도착해 식사와 술을 주문하고 서로 하소연을 시작했다.

 이사가 너무 싫어. 맨날 업무시간에 게임만 하고. 나도 월급루팡 하고싶다!”

 서울에서 온 친구는 업무 중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아직은 신입 사원일 뿐이니 잡다한 업무도 많고 월세나 각종 보험료 등도 신경써야하다보니 시간적 여유조차 없는 상황이었다.

 나도 내가 뭐 하는건지 모르겠다.”

 다른 친구는 졸업 후 취업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었다. 중학교에서 처음 만났을 때에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꿈도 많은 친구였는데, 이제는 다 모르겠단다.

 진지한 이야기와 시덥잖은 농담들을 주고받고 밖으로 나왔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 봤다. 어느 새 하늘에는 별들이 촘촘히 박혀 있었다.

 이야, 별 예쁘다.”

 나지막이 뱉은 이야기에 서울 친구가 하늘을 쳐다보더니 말했다.

 얼마만에 보는 별이냐.”

 우리는 잠깐동안 말 없이 하늘을 봤다. 우리의 꿈도 별처럼 빛났었을 터인데, 성장하면서 현실이라는 빌딩들이 우후죽순 들어서서 서울이 된 것일까? 빛나는 별을 보았던 게 오늘 말고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래도 춘천에 오니 별이 보이네.”

문득 찬 바람이 불어왔다. 어쩌다 보니 듣게 된 7시에 끝나는 수업을 듣고 집으로 갈 때면 어느새 어두워지고는 한다. 가을이다. 날씨도 시원해지고 죽을 것 같았던 여름이 끝났다. 괜히 타박타박 소리를 내며 인도 한가운데를 걸었다. 이렇게 편안할 수가 없다.

높아진 하늘에 별이 가득하다. 어둡지만 밝고 아름다운 하늘이다. 여기가 춘천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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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light, Economic, Agriculture

농업경제학으로 석사학위를 마치고 때려침